March 2, 2010

어렸을 때 학교에 갔다오면 점심으로 두 가지 메뉴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김치볶음밥과 라면이다. 이제 생각하면 보온밥솥이 아니라서 찬밥 밖에 낼게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랬다. 예전에는 스텐레스 밥그릇에 뜨거운 밥을 담아서 이불같은데 넣어두고는 했다. 그건 외할머니의 메뉴였다. 특별히 어느 쪽을 좋아하고 자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김치볶음밥은 정말 매웠다. 나중에 내가 스스로 밥을 챙겨먹을 때 즈음 그 김치볶음밥이란 걸 해봤다. 근데 아무리해도 그렇게 매운 맛을 낼 수가 없었다. 김치가 달라서? 아님,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뭐가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하면 그건 고작 김치볶음밥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김치와 밥밖에 없었다.

내가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 즈음에 ‘코코프라이드라이스’라는 볶음밥 전문집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철판볶음밥전문점이었다. 카운터에 앉으면 볶는 걸 직접 볼 수도 있다. 당시로는 인테리어도 세련된 서구식이었고, 눈앞에서 볶는다는지 하는 획기적인 서비스형태도 그렇고 해서 꽤나 인기를 끌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자친구, 또는 이제 막 만난 소개팅녀를 데리고 갈 법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게 그만큼 맛있었냐하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이나, 뜨거운 국물음식을 좋아하는 탓도 있다. 하지만 그 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흐뭇해지는데, 그건 표현 그대로 ‘풋풋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비법이 뭘까? 어떻게 외할머니의 볶음밥은 그렇게 매웠을까? 소금을 더 쳐볼까? 아님 다진 마늘을 넣어봐야 하나. 김치를 먼저 볶아보기도 하고, 밥을 먼저 볶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

외할머니는 집에서 돌아가셨다. 나는 그 밤에 그 집에 찾아갔다. 사람들이 침대 주위에 모여 있었고, 나는 몇발짝 떨어져 서 있었다. 얼마 있다 앰블런스가 왔다는 말이 전해졌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구급요원들이 들것을 가지고 들어왔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했는데 들것을 뉘인 채로 타기에는 너무 좁았다. 어쩔 수 없이 세워야만 했다. 내내 외할머니는 하얀 천으로 덮여져 있었다. 몇층인가에서 문이 열리고 아줌마 하나와 아이 하나가 문밖에 서 있었다. 그냥 보내버릴 법도 한데 무슨 급한 일이 있었던지 아줌마는 아이를 데리고 기어이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아이는 비뚜름하게 기울여 세워져 있는 들것을 봤다. 나는 그런 아이의 시선을 계속 좆고 있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마침내 아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외할머니의 볶음밥을 먹던 나이보다는 몇 살쯤 어려보였다. 그리고 내가 코코프라이드라이스에서 실없는 농담이나 지껄이며 여자를 만나던 나이보다는 훨씬 더 어렸다.

이제 그 아이는 그 시절의 나만큼이나 나이를 먹었을 것이다. 자위행위도 하게 되고, 어쩌면 섹스도 이미 경험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하다면 우리 세대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뭐라해도 좀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뭐가 있겠는가? 인생이란 게.

February 22, 2010

오늘아침 김연아의 거쉰 클린소식을 들었다. 비록 연습이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은 그녀에게 흔한 관용어구가 아니다. 기본기술점수 자체가 어느 선수보다도 높다. 요컨대, 김연아가 클린을 한다면 아사다마오가 트리플악셀을 쇼트 프리 합쳐 세번을 성공시킨다해도 그녀를 이길 수가 없다. 물론 클린이 쉽냐하면 그렇지 않다. 선수생활 5년동안 그녀가 쇼트 프리 합쳐서 모두 클린한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해도 그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삼성광고 때문에 미워지기도 하지만, 거쉰은 아름다운 프로그램이다.

차창문을 여니 봄냄새가 났다.도로와 나란한 하천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띠었다.농구코트에 공을 쫒아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다.새학기의 냄새.뭐라해도 겨울의끝에 맡게 되는 봄냄새는 싫어할 수가 없다.

11 minutes ago from Chromed Bird

인디에어를 봤다. 집은 환상이다. 가족이나 결혼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환상없이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무의미해진다. 조지클루니는 그 무의미를 고통스럽게 견딘다. 단지 숫자일 뿐인 천만 마일리지라는 긍지. 하지만 사람들이 삶(환상) 속에서,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깨어질 수 있는(해고당할 수 있는) 집에서 일상의 잠을 청할 때, 클루니는 별보다 더 환환 빛으로 공중(무의미)을 날고있다. 환상이라는 땅보다 더 단단한 무의미의 공중(air).

about 18 hours ago from Chromed Bird

때로 제품에 대한 논쟁의 끝에, 자기가 만족하면 그만,자기한테 편하고 유용하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이건 쉽게 반박할 수 없는 말이지만,그렇기 때문에 날 불편하게 한다.여기에 양시양비론을 갖다댈 수 있고, 사이비 중립성을 갖다댈수 있다.

하지만 보다 즉각적으로 내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절대성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다. 이것은 반대로 개방성, 다양성에 대한 호의와 연결되는데, 아무튼 이제 절대니 보편이니 하는 말들은 아무도 쓰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진리라는 말도, 농담이 되어 버렸다.

2:18 PM Feb 18th from Chromed Bird

가끔은 자기가 절대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실망할 필요가 있다. 후에 만일 그가 실수하고, 배반하고 끝내 패배하게 될 때, 우리가 느끼는 절망감의 일정부분을 덜어낼수 있을 테니까. 사랑과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실망하고 거부할 수 있다면, 그게 사랑일 수 있을까?

6:41 PM Feb 17th from Chromed Bird

뭔가를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일을 도리어 망치는 경우가 있다.이건 잘하려는게 문제가 아니라 못하는 걸 피하려는 게 문제다. 때로 가장 잘 못하는게,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식의 마음가짐이 필요다. 사실 따져보면 잘한다고 하는게 대개 잘 못하는 일이다.

7:44 PM Feb 16th from Chromed Bird

아침이면 방문밖에서 고양이가 운다. 문턱나무를 긁고 낑낑댄다. 어쩔수없이 방문을 열어주고 도로 침대에 눕는다. 그럼 고양이는 슬며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로 훌쩍 뛰어올라 내 얼굴을 빤히 내려다본다. 마치 살아있는지 확인하려는 듯이. 응. 살아있어.

4:41 AM Feb 14th from web

영화 로드를 봤다. 영화내내 너무 어두웠다. 말그대로 그냥 화면이 어두웠다.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감독이 원작에 너무 압도당한게 아닌가 싶지만.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8:55 PM Feb 11th from web

짜게 식힌다는 말이있다. 난 이걸 디씨에서 배웠는데, 찌질이글에 댓글 달지말라는 거다. 애인이스토커로 변했을때 할 수있는 최선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거라고 한다. 화내지도 욕하지도. 이런 부정의 반응을 그는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짜게식혀야한다.

근데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왜냐면 화나고 욕도 나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찌질이를 이길 수있는 방법은 없다. 근데 그 찌질이가 티비와신문에 나오는 사람이라면. 내 삶의 어떤부분을 결정할만한 위치에 있다면. 빌어먹을, 도저히 짜게 식힐 수가 없다.

4:45 PM Feb 11th from web

대개 초보(신인)들의 글이 실패하는 지점은, 짧은 얘기가 길게 느껴지는 데 있다. (반면에 고수는 긴 얘기가 짧게 느껴진다. 이게 보편적 기준은 아닐테지만.) 그건 그들이 너무나 많은 얘기를 그 안에 담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의형제는 긴 얘기인데 충분히 짧게 느껴진다. 좋은 영화라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솜씨가 좋다. 고작 두번째 작품인 신인감독임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다. 항상 그렇듯이,영화를 진지하고 무겁게 만드는 것만큼 가볍고 쉽게 만드는 것도 어렵다. 다음 작품이 기대.

3:51 AM Feb 11th from web

물론 (때때로, 또는 대개) 내가 인터넷상이나 어디나 누군가와 논쟁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을 설득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이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내가 이겼다고 인정해주길 바라서다. 이것은 논쟁의 본질일까, 과잉일까?

1:57 PM Feb 10th from web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라는 말이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자기 자신에 충분히 가까워질 수도 없는 것 같다. 침대에서 잠들기까지 깨어있는 시간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4:12 AM Feb 10th from twtkr

아마도 금감원의 액티브X 보안권고는 (조선의 스마트폰 결제에 관한 사설을 보면) 단순히 그들이 게으르거나 멍청했기 때문인 것같다. 물론 그 ‘단순함’이 결코 사소하지는 않겠으나, 따져보면 세상의 많은 악(재앙)등은 그런 단순함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단순한 악’이 더 무서운 법이다. 진짜 무서운 건, 그들이 마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심지어 그들 자신에게도 아무 이득이 없는(것 같은) 일을 밀어붙일 때다. 때때로 우익(할아버지)들이 그런데, 이에 반해, 이에 맞서는 사람들은 너무나 생각이 많다. 물론 그들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건 아닐테지만, 반대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악뿐만 아니라 선도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때, 그 단순성으로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닐까?

5:54 AM Feb 8th from web

“그때는그에게 안부 전해줘”라는 일본영화가있다.”세상의 중심에서…” 작가의 원작 영화인데 제목이 영화대사 중에 나온다. 재밌다거나 좋다고 확 말하긴어렵지만 묘한 분위기가 있다.일본작가들에게는, 당연한 얘길테지만 그런 묘한 일본스러움이 있다. 하루키조차그렇다. 난 그거 좋다고본다.

4:56 AM Feb 7th from TwitBird iPhone

내 선배 작가는 이십여년 전에 삼성광고를 찍었다.난 그의등단작이 독재정권을 풍자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들었다.이게 아무문제가 되지 않는걸까?삼성이나, SK, 또어떤 불온한 출생과 성장을 거친 대기업광고에 출연하는 일이,그들에겐 망설임없는일이 되는걸까?

3:05 AM Feb 7th from web

고양이가 침대에 오줌을 자주 싼다. 별 짓을 다해봐도 고쳐지질 않는다. 지식인에 물어보니 고양이가 내게 불만을 가졌을지 모른다고 한다.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다는 거다. 곰곰 생각해봤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줌을 싸는 건 고양이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다.

1:32 AM Feb 6th from web

대중을 사랑하는 것과 신뢰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거꾸로 말하면 대중을 신뢰한다고, 옳다고 말하는 자는 대중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을 완전히 신뢰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의미없는 말인지?

7:46 PM Feb 3rd from web

February 8, 2010

최근(이랄까) 여러 일들에 대해 ‘참’ 싫다, 라고 생각하며 기분이 뭣했는데, 문득 그냥 지금과 다른,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다 좋아하는 것들로 바뀐 걸 상상해보니 기분이 괜찮아졌다. 막 좋아졌다. 그러다 금방 그 상상이 슬프게 느껴졌는데,

왜냐면 단지 그게 상상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상상이 너무 나를 기분좋게 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내 상상 속에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February 6, 2010
February 5, 2010